[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통화정책 여건 '재점검'과 금리시장

2024-05-20 11:17:07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이번주 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0%로 11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일치 금리 동결 전망엔 별다른 예외가 없는 가운데 금통위 스탠스와 수정경제전망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달 초(3일)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 여건이 상당히 변했다고 밝히면서 한은의 달라질 면모가 주목된다.

■ '재점검' 강조한 한은 총재...악재 될 수 있을까

지난 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여건 '재점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한은이 어떤 입장을 '새롭게' 선보일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당시 "4월에 생각했던 금리인하 시점이 더 뒤로 갈거냐, 가면 얼마나 뒤로 갈거냐, 아니면 앞으로도 올 수도 있냐 이런 질문을, 다시 원점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4월 당시와 상황이 바뀌어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총재가 거론한 바뀐 상황은 채권시장에 부정적이었다.

총재는 세 가지 큰 변화로 △ 연준의 인하 시점 이연 △ 국내의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율·유가 변동성 등을 꼽았다.

모두 통화 완화를 늦추게 할 요인들이다.

하지만 총재의 발언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분위기가 꽤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최근 달러/원은 최근 1,350원선 내외로 레벨을 낮추면서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갔다. WTI가 다시 80달러선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폭도 제한됐다.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의 4월 CPI 발표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난 부분도 있다.

시장에선 일정 부분 '매파적'일 금통위를 경계하고 있다. 다만 이자율 시장이 이 이벤트를 얼마나 악재로 받아들일지는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진단도 많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번주 금통위에선 만장일치 동결과 함께 매파적인 회견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금리가 내려오면서 레벨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다. 따라서 금통위를 통해 시장이 더 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정부분 매파적인 코멘트 등은 예상 범주 내에 있어서 중립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이번주 금통위는 중립으로 본다"면서 "총재가 이미 리셋 재검토를 선언한 상태라는 점은 다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7월엔 금리 인하가 불가하다는 점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내심 다들 인하는 10월 이후라고 마음의 준비를 한 상황"이라고 했다.

■ 월초 한은 총재의 매파 예고...매파적 스탠스 '한계' 고려하기도

이달 초 한은 총재가 제시한 세 가지 큰 변화는 채권시장을 긴장시키는 요인이지만,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거나 마냥 매파적으로만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들도 보인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매파성을 더 강화하기보다는 '더 지켜보자'는 정도의 스탠스를 취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결단보다는 고민을 하는 시기"라며 "따라서 원론적인 논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분기 ‘깜짝’ 내수 반등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집행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이고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소 매파적인 발언이 나오더라도 시장의 밀리면 사자는 대응 의지는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란 평가도 보인다.

나아가 1분기 GDP 서프라이즈가 한은을 더 강한 매파로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의 재점검에도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성장률은 재정 조기집행 영향이 컸던 데다 정부의 균형재정 의지가 지속되고 순수출 성장기여도 되돌림 가능성으로 2분기 이후 반대로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주 이벤트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오더라도 크게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앙은행 말의 약효는 3개월짜리여서 추세를 추종하는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생각의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면서 "중앙은행 의지가 2~3개월 통화정책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 이상 기간의 예측력은 일반 분석가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주 FOMC의사록과 한은 금통위에선 매파적인 기존 평가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과거에 금리를 처음 내릴 때도 그랬기 때문"이라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에 기대지 말고 중장기적인 금리 하향 안정에 맞춰 포지션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성장률 전망 2%대 중반 상향 예상...물가 전망 높이는 것은 한계

이번주 이벤트에선 금통위 스탠스와 함께 경제전망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1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확인했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은 2%대 중반으로 올라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1.3%를 기록하면서 서프라이즈를 보였기에 전망 수치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2.1%, 물가상승률 2.6%를 제시한 바 있다.

우선 성장률 수치는 상당폭 상향조정되지만 물가 전망 수치는 크게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OECD는 이달 3일 한국 성장률 전망을 2.6%로 제시하면서 2월 전망 때보다 0.4%p 상향 조정했다. 1분기 GDP 속보치를 본 뒤 수치를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OECD는 그러나 물가전망은 2월 2.7%에서 2.6%로 0.1%p 낮춘 뒤 내년 물가에 대한 예상은 2월 전망 때처럼 2.0%로 제시했다.

KDI는 지난 주(16일) 올해 한국 성장률이 수출 급증으로 2.6% 성장한 뒤 내년엔 수출 증가세 조정으로 성장률이 2.1%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해선 올해는 내수부진으로 작년(3.6%)보다 낮은 2.6%의 상승률을 보인 뒤 내년엔 물가목표수준과 유사한 2.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경제전망에서 "작년부터 나타난 내수 부진은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의 불가피한 결과였던 측면이 있다. 그 영향으로 작년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세가 뚜렷하게 안정추세로 전환됐다"면서 "올해 하반기엔 물가상승세가 물가안정목표에 근접한 수준까지 더욱 안정될 것으로 보여 현재의 통화정책 긴축기조를 중립 수준으로 서서히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상당폭 올라갈 수 있지만, 물가가 다시 크게 불안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 운용사 매니저도 "1분기 GDP를 확인한 만큼 한은도 성장률 전망을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하지만 물가 전망은 더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높이고 총재가 매파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면서도 "인플레 하향 안정 기조는 유효해 밀리면 채권을 사야한다는 접근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이같은 성장률, 물가 전망 분위기 속에 한은 총재가 예고한 '재점검' 여파가 얼마나 될지 주목하고 있다.

D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만장일치 금리 동결 후 총재가 실제로 '재점검' 관련해서 어떤 코멘트를 할지 궁금하다"면서 "금통위는 딱히 시장에 큰 악재라기보단 금리 레벨 하단이 더 못 내려가게 막는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KDI 5월16일 경제전망
자료: KDI 5월16일 경제전망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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