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미국의 4월 CPI가 발표된 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강화됐지만,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연일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3월 CPI가 모두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많이 퇴조한 뒤 4월 지표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반기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화됐다.
하지만 시장이 다시 밀어붙일 기미를 보이자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 안정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기대감을 제어하고 있다.
일부 위원은 금리 인상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점까지 거론하는 중이다.
■ 아직 남은 인상 옵션 거론하는 일부 연준맨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17일 "인플레이션이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본다"면서 "필요시 금리인상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밝혔다.
보우먼은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인플레 경계감이 사그라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20일 "인플레이션이 빨리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타당하다면 금리를 올리는 데 열린 마음"이라고 했다.
일부 연준맨들이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선물시장이 9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현지 금융사 애널리스트들 상당수가 여전히 7월을 인하 개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준에서 나오는 매파적인 말들은 시장의 기대와 괴리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인상은 끝났다는 진단이 많긴 하다. 또 금리 인하 시기 '이연'이 주요 테마이며, 인상 재개가 주된 위협으로 대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준에선 조속한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한 가운데 일부에선 혹시 모를 인상 재개까지 거론하고 있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 선진권에서도 시작된 금리인하...그러나 호주는 '인상 옵션' 테이블에 올려
이날 공개된 호주 중앙은행의 5월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도 '인상 옵션'이 검토된 것으로 나타났다.
RBA 정책위원들은 이전 회의 이후 발표된 대부분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금리인상 여부 검토'가 주요 주제였음을 알렸다.
호주 통화정책방향 의사록은 "위원들은 성명서를 마무리하면서 최근 데이터와 기타 정보를 통해 인플레이션 관련 리스크가 다소 상승했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적었다.
의사록은 또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것이 이사회의 최우선 과제라는 데 동의했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위원들은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전망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선진 경제권에선 스위스, 스웨덴 등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유로존, 영란은행 등이 뒤를 이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미국, 호주 등 일부 선진권에선 '인상 옵션'을 살려놓을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진 경제권의 기세는 이미 인하 쪽으로 기울어 소수의 '인상 재개 가능'과 같은 목소리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인상 가능하다는 말은 페이크?...한국도 일단 연내 인하 시작 믿음은 여전
연준 관계자 일부나 호주 등에서 확인되는 '인상 재개 가능성 열어두기'는 페이크 모션이라는 평가도 많다.
금리 인상 불씨가 완전히 사멸되지 않은 점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고 지금은 선진경제권 인하 사이클이 가동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선 각국이 자국의 상황에 따라 독자적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는 넓어졌다.
국내에서도 올해 8월 등 여름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미국 상황 등에 따라 불확실성 역시 꽤 커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대략 채권투자자들의 금리인하 시작 시기에 대한 예상은 대략 3분기, 4분기, 내년이 각각 30%: 50%: 20%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B 중개인은 "대략 채권 투자자들은 4분기 정도에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시작 시기는 10월 정도가 적정 예측"이라며 "이 때에 금리 인하가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 정도가 현재 분위기상 가장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 초입이라는 큰 그림, 한국 물가의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안정, 양호한 1분기 GDP의 일시적 성격이나 PF 등 국내 경제의 취약점을 감안할 때 한국 통화정책이 꽤나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D 운용사 매니저는 "인하 개시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달은 8월로 판단된다"면서 "일단 7월에 2분기 GDP가 나오면 1분기 내수 회복이 일시적이었다는 점이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도 작년 기저가 높아서 8월부터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가파르게 내려가는 구간이라 8월 인하 결정에 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분기 금리 인하의 경우 미국 대선 때문에 정책결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또 내년으로 인하 시점이 밀리면 근원물가가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를 급하게 해야할 리스크들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결론적으로 금통위가 8월에 인하를 시작하고 향후 추가 인하는 데이터를 보면서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