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무르익은 6월 인하와 이후 확인할 것들

2024-05-28 14:42:59

자료: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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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ECB 관계자들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선진 권역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다른 나라들의 통화 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다만 ECB 관계자들이 모두 6월 인하에 합의를 본 것은 아니다. 일부에선 제약적인 지금의 금리 수준을 좀 더 유지하는 게 낫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ECB의 금리 인하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의 인하 지연에 대한 부담을 ECB가 다소간 상쇄시켜 줄 것이라면서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 ECB, 6월 인하 가시화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웠으며, 이후 관계자들의 인하와 관련한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1일 "우리가 인플레이션 통제 단계에 들어섰다고 확신한다"면서 6월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경제지표가 중기 인플레 목표인 2% 달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면 당장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주 들어 EC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인하 개시 가능성에 좀더 힘을 실었다.

필립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 27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현 시점에서는 기준금리를 낮출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레인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더 빠르게 하락한 주요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충격으로 인해 유로존이 더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ECB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균형에 맞는지, 제약 수준에서 하락하는 것이 안전한지 등의 데이터를 평가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며 우리는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논쟁의 틀을 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 년 내내 제약을 둬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제약 범위 내에서 우리는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올리 렌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2%에 부합하고 있으며, 이에 조만간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기구에서 오랜기간 일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최근 ECB의 인하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주 금통위에서 "미국은 4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3% 중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로지역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모두 2%대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인플레 둔화 속도가 국가별로 차별화되는 중이며,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에도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ECB가 인플레 둔화 흐름에 자신감을 얻은 만큼 조만간 첫번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 ECB, 6월 인하 시작 이후 경기·물가·연준정책 '점검 과정' 필요

ECB가 조만간 금리를 내리더라도 계속해서 내릴 수 있을지 여부, 즉 인하 강도는 다른 문제라는 목소리도 강하다.

인플레가 지속적으로 목표인 2%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로를 감안할 때 6월 회의에서 인하를 시작할 수 있지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하 사이클을 끌고 갈 수 있을지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연속 인하 등을 위해선 지정학적 리스크나 에너지 가격 등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독일 2년 국채 수익률 등 금융시장 흐름을 보면 24년까지 ECB 금리 인하 57bp 정도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세 번째 인하 가능성이 약 30%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CB가 6월에 금리 인하 스타트를 끊더라도 연속 인하나 적극적인 인하와는 거리를 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유로존은 경제의 점진적 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최근 발표된 유로존의 PMI 데이터는 연속적으로 개선됐으며 1년내 최고치인 52.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CB의 6월 인하가 무르익은 분위기지만 '연속' 인하와는 거리가 있다.

일부 매파 위원들은 유로존의 1분기 임금 협상이 4.7%라는 높은 증가율로 나온 것을 두고 금리 인하에 조심해야 한다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또 ECB 관계자들은 6월 인하가 7월 연속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ECB가 6월에 인하를 한 뒤 경기 회복 강도나 인플레 재반등 가능성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인상 여지를 탐색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란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ECB가 6월에 금리를 내린 뒤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 살피는 과정도 나타날 수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ECB는 6월 인하를 시작하면서 연준의 첫 금리인하를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ECB는 6월, 9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 금리 투자자들, ECB 인하는 우호적 재료지만...

국내 채권 투자자들은 다가온 ECB의 금리 인하를 우호적인 재료로 보고 있다.

다만 결국 키는 미국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많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장이 쉰 가운데 ECB 쪽의 금리인하 발언 등이 이날 국내 채권시장 강세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ECB와 달리 미국의 금리 인하가 계속 미뤄지고 있어 부담을 떨쳐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ECB의 금리 인하로 한은 총재가 거론한 국가별 통화정책 차별화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다만 "국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 우리 여건이 ECB처럼 미국보다 빨리 인하를 할 수 있는 나라 카테고리에 해당하는지는 애매하다"면서 "한은 금통위도 1명 빼곤 3개월 내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매니저는 "6월 ECB의 인하가 단행된 뒤 7월엔 국내 GDP 속보치에서 2분기 성장률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한은이 미국 대선을 앞둔 혼란기 이전인 8월을 적절한 인하 시기로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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