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고금리·금리인하 지연 우려와 '실적 낙관론'에 기대는 주식시장

2024-05-29 14:42:43

자료: 코스피지수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코스피지수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최근까지 한은, 연준 등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이연됐지만 실적이나 AI 테마 낙관론에 근거한 주식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주식시장에선 시장이 정책금리 인하 지연에 익숙해진 뒤(?) 실적에 기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적지 않게 보였다.

다만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 금리인하 지연 위협...스토리와 실적으로 극복 가능한 종목들 위주로 접근

금리인하 지연이나 인하폭 제한 가능성 등은 주식가치 평가에서 분모를 구성하는 무위험이자율을 높여 부담을 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면 분모의 다른 구성요소인 ERP(Equity Risk Premium)도 높여 주가에 하락 압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실적 호조가 이어져 주주 현금흐름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 금리나 리스크 프리미엄이 안겨주는 불리한 요인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낙관적인 주식 투자자들은 주가가 미래의 양호할 것으로 보이는 실적을 당겨서 평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각국의 주가 흐름은 대체적으로 양호했다.

올해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 중 절반 이상이 주가지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거나 이 수준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이다.

엔비디아 등으로 상징되는 AI 시대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주가는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주가는 미래를 선반영하기 때문에 2025년 이후에도 이어질 실적 호조 등을 기반으로 하반기 투자를 정비해야 할 듯하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문제나 전쟁 등 시장 노이즈는 잔존한 상태지만 시장 매력도를 나타내는 PER은 상승 중"이라며 "하반기 핵심요인으로 기업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글로벌 기업이익이 정체에서 2024년 10%, 2025년 13%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이익 모멘텀 유지되고 있으며, 낙관론이 더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상반기 각국 주가가 대체로 오른 데엔 기대감도 적지 않게 작용한 만큼 이제 단지 내러티브(Narrative)만 존재하는 종목보다는 이익(Numbers)이 실제로 반영되고 있는 종목이나 섹터가 유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실적으로 내러티브가 증명되는 AI, 반도체, 중국 플랫폼, 유틸리티 위주로 접근하거나 내러티브가 완전히 형성되지는 않았으나 실적인 뒷받침되는 풍력, 광고 등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빅테크와 인프라 투자 사이클...코스피 연간 순익 200조원 가능?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빅테크, 인프라 투자 사이클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여전하다는 낙관론도 보인다.

지난 20년간 정체돼 있었지만 최근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서 반전이 일어난 가운데 미국의 정책의지와 산업변화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줄 것이란 기대도 작용한다.

이진우 메리츠 연구원은 "지금은 2010년 이후 무형자산 일변도의 투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빅테크 투자 사이클은 AI 특이점이 빨라지면서 대중화에 기반한다"면서 "그간 네트워크 효과에 치중했던 빅테크의 전략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성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가 연간 순익 200조원 가능성을 반영할 것으로 보면서 올해 하반기 코스피 레인지를 2,600~3,150으로 제시했다.

미국 투자 사이클이 작동하는 가운데 한국은 소외되기 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전방위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최근 미국 금리가 오르고 피벗 기대감이 퇴색하는 양상이 펼쳐졌지만 이미 확인한 1분기 양호한 실적이나 이익 전망치 개선 등을 감안해 지금은 '주식투자를 본격 즐길 때'라는 진단도 보인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공지능 모멘텀으로 엔비디아와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내 상장사들도 호실적 기록 후 이익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코스피 12개월 매출액이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원가율 개선과 영업이익률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매출원가는 상대적으로 고정적인 반면 수출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 레버리지 효과는 코스피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졌다"면서 "특히 반도체 이익 모멘텀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전방 업체의 실적 둔화가 관찰되기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 역사적으로 볼 때 순이익 기대치의 현실화 가능성은

시장의 많은 사람들은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 수치 자체보다 '실제 달성 가능한지 여부'에 주목하기도 한다.

과거에 기대감이 물거품이 된 적이 많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작년 주식시장 흐름이 그랬다.

2023년 연초 코스피 이익 컨센서스는 150조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 105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익 기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물론 작년 11월부터는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큰폭의 반등을 시현했다.

올해엔 코스피 순이익 180조원 남짓이 기대되고 있어 지난해보다 이익이 7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과거 이익 하향조정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연초 컨센서스 대비 높은 실적을 발표한 해는 2010년, 2017년, 2021년 단 세 해 뿐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연초 대비 이익 전망치는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나타내주고 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을 감안할 때 이번엔 다를 것이란 논리도 만만치 않다.

최병욱 연구원은 "이익 신뢰성 부족은 과거 평균적으로 연초 전망치 대비 -20%의 하회율을 시현했기 때문이며, 24년 이익 180조원이라는 숫자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있다"면서 "하지만 24년도는 주도 업종 이익모멘텀 회복, 1분기 실적 발표가 양호한 점 등을 근거로 이익전망치의 유지나 소폭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해당 연도 실적 상향 기여도를 살펴보면 반도체, 자동차, 은행 등 주도업종의 기여도가 컸던 데 비해 기타 연도에는 반도체 등 업종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 24년 코스피 이익 전망 182조원의 지난해 대비 증분 77조원 가운데 58%에 해당하는 44조원이 반도체"라고 했다.

그는 "내년 또한 증가폭 41조원 중 17조원이 반도체로 24, 25년 모두 반도체 이익이 코스피 전체의 이익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반도체 이익 비중이 40%에 육박하던 2019, 2020년에는 반도체 영향이 매우 컸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제외 코스피 또한 최근 이익 모멘텀이 상승했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시클리컬 업종과 경기소비재 업종 모두 최근 이익 전망치가 상향됐다"면서 "그에 더해 은행, 자동차 이익이 합계 50~60조원의 규모로 성장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23년과 같은 반도체의 사이클의 급격한 하락이 아니면 전반적인 이익방어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 고난의 길 걷는 한국 대표주...국내 주가의 상대적 부진과 실적에 기대기

국내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2,655.28로 거래를 마친 뒤 연초 부진을 보이면서 1월 17일엔 2,435.90 포인트로 크게 밀렸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에도 불구하고 3월 하순 2,750선 위로 올랐다. 수출 호조 등을 확인하면서 상승했다.

다만 최근엔 다시 2,7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상승세가 크게 힘을 받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 대표주 삼성전자는 HBM에서 뒤쳐친 후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날 삼성전자 노조는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소식을 전하면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용자 측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한 노사협의회는 올해 3월 평균 임금인상률을 5.1%(기본인상률 3.0%, 성과인상률 3.1%)로 정했지만 전삼노(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해 4.1%보다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전삼노는 임금 6.5% 인상과 유급 휴가 추가 등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반도체 실적 부진 속에 최근 DS 부문 수장까지 교체했지만 노사갈등마저 커진 것이다.

파업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2% 넘게 빠지면서 이날 지수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국내 주가지수가 미국, 일본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덕분에 가격 메리트를 보여하고 있는 데다 양호한 수출이나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주장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국내 주요 수출주들을 선별해 실적, 그리고 실적 추가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삼성 노조 파업, 해외 매체의 왜곡된 보도(최근 로이터통신의 엔비디아 HBM 테스트 미통과 보도) 등은 저가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 시점에서의 테스트 관련 보도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반박자료를 낸 바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2700 하회시 성장주와 단기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스피 2,700선과 2,630~2,670대는 밸류에이션,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지지선"이라고 분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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