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절대적인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강화시킬 재료가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있다.
미국 고용지표 악화와 함께 '샴의 룰'이 말하는 침체의 우려로 빨려들었으며, 추가 공포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그간 시장은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시장이 이미 인하 기대감은 가격은 대폭 녹여 놓았던 반면 리세션 공포는 충분히 반영해 놓지 못해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다만 이번 이틀 동안 침체 공포가 급속히 시장의 가격 변수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침체 공포와 인하 기대 사이에 시소게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주식전략팀장은 "경기침체 공포가 주식시장에 선반영된 이후 강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다시 유입될 수도 있다"면서 "침체와 금리인하 사이에서 시소게임이 반복되는 중에 현재는 경기침체 무게감이 무거운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경기침체 공포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9월 금리 인하, 연내 세 번 금리인하 가능성이 지속된다면 주식시장도 우호적인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 일본 정책변화 맞물려 더욱 커진 변동성
최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시장에 적지 않게 작용했다.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7월 11일 이후 진행된 엔화 강세는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던 게 사실이다.
나스닥 주도주, 빅테크 종목들이 심심찮게 급등락 하는 사이에 일본 통화정책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유동성 측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미국의 침체 우려와 금리인하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진단도 보인다.
BOJ는 지난달 말 단기 정책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인상(7명 찬성, 2명 반대)했으며, 국채 매입 규모는 기존의 월 6조엔 규모에서 2026년 3월까지 3조엔 내외로 줄일 것이라고 했다.
달러/엔 환율 급락, 즉 엔화 가치 급등이 나타난 과정에서 엔화 숏 포지션은 빠르게 청산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삼성전자가 10% 가량 폭락하는 장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일본 금리 인상의 충격도 예상보다 컸고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예상을 웃돈 미국 지표 둔화와 예상을 웃돈 BOJ의 긴축 의지가 맞물린 가운데 현재로선 외국인이 앞장서서 한국 주도주를 팔아치우고 있다. 일단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진단들도 엿보인다.
■ 주가 변동성 불가피...'엔비디아'가 다시 구세주될 수 있을까
미국 지표들이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나올 미국 지표들도 계속해서 변동성을 더할 수 있다.
그간 미국 빅테크 주가 급등 과정에서 '지나치다'는 평가도 많았던 가운데 주요 업체들의 향후 실적 가이던스에서 '의구심'이 일자 시장의 눈 빠른 사람들은 이를 경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뒤 주식시장이 침체 신호를 포착하면서 투매가 일어났다.
결국 지표에 대한 우려 속에 이달 하순 글로벌 기술주 시장을 이끌어왔던 엔비디아가 다시 열쇠를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보인다.
8월 하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다시금 주도주의 견고한 성장세가 확인된다면 주식시장이 재반등할 것이며, 아니면 '악화된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이 시기는 또 연준 통화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이벤트인 잭슨홀 컨퍼런스가 열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이 8월 들어 큰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와 기업들의 실적, 그리고 연준의 스탠스를 확인하면서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
낙관론자들은 현재 주식시장에 팽배한 비관론에 기대 다 처분하고 떠나기보다는 '과도한 주가 낙폭 확대'를 활용하거나 기다리라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빅테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투자자들이 지금 시점에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면서 "단기간 변동성을 감내하는 건 불가피할 수 있겠지만 결국 이후 주가 반등의 근거는 '펀더멘털 이상 없다'로 귀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8월 말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며 "주도주의 견고한 성장세가 확인된다면, 거칠었던 악재들에 대해서도 씻김굿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관점에 따라 향후 고퀄리티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혹여 침체 우려가 더 심화되는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빅테크의 강건한 대차대조표는 부실한 기업들과 분명히 차별적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 경기침체에 더욱 취약한 이들은 기업 사이즈가 작고 보유 현금이 부족하며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이라며 이번 주가 폭락엔 좋은 기업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성격도 있다고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안 좋은 상황을 이처럼 즉각 가격에 반영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니저는 "경기 침체도 아니고, 엔 캐리가 금방 청산되는 것도 아니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아시아 시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게 놀랍다"면서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악의 상황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주초가 단기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언더슈팅이 생각보다 강해서 주식투자자들 모두가 화들짝 놀라고 있다"면서 "일단 썩은 매물을 소화시키고 개인신용을 털고 CFD 계좌가 다 털려야 진정한 바닥이 나올 것 같다. 다만 지금 상황은 너무 심해 어떻게 보면 또 한번의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밸류상 최악의 경우 2,400대를 얘기했는데, 그게 단 하루만에 왔으니 오히려 매우 이상하다. 다들 겁을 잔뜩 먹고 있지만 다시 기회가 오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