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금통위가 채권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75%로 내린 가운데 추가 인하 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시장의 다수가 최종 기준금리를 2.25~2.50% 수준을 봐 왔던 가운데 한은 총재 역시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포워드 가이던스를 기준으로 할 때 상반기 중엔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향후 3개월 동결, 2명이 인하 열어두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이나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한은 포워드 가이던스에 얽매일 필요 없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 한은, 물가 전망은 대체로 안정적...성장 전망은 스펙트럼 넓어
한은은 이날 금리를 내린 뒤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11월 전망 때보다 성장률을 50bp 낮춘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1.8%를 유지했다.
다만 이 수치는 추경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어서 20조원 가까운 추경을 실시할 경우 1.7% 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
한은은 계엄 여파 등으로 1월 중 '간이' 경제성장에서 전망치 1.6~1.7%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엔 트럼프 관세정책 요인 등 대외 요인을 감안해 이보다 좀더 낮춘 것이다.
한은 포워드 가이던스 등에 의하면 한은은 일단 금리를 당분간 동결한 뒤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관세정책 등으로 국내 경제 불확실성도 큰 만큼 한은 역시 대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면서 추가 인하 타이밍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낙관 시나리오와 비관 시나리오에도 '트럼프 정책'이 중심이다.
한은은 낙관 시나리오와 관련해 "미국이 올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선 기본 시나리오 대비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고하고 내년엔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할 경우 국내 성장률은 기본 전망대비 올해 10bp, 내년 30bp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반면 "미국과 여타국이 상호보복하에 금년 중 큰폭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에도 고관세를 유지하면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가정했다"면서 "이경우 우리 성장률은 올해 기본전망 대비 10bp, 내년 40bp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상대적으로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은 적은 반면 성장률 불확실성은 큰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기관들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물가에 대해선 1.9% 내지 2.0% 정도로들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성장에 대해선 굉장히 분포가 넓고 다양하다"고 평가했다.
■ 한은이 보는 1.5% 성장과 금리 추가인하...2차례 추가 인하 감안한 2.25% 종착역 관점
한은의 올해 성장률 1.5% 전망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돼 있다.
한은은 또 자신들이 사용하는 성장 모형의 내재금리에 2~3회 인하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한 만큼 향후엔 1번, 또는 2번 추가 인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다수가 예상하는 최종금리 2.25%, 2.50%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은이 말하는 내재금리는 성장률과 물가 흐름에 상응하는 금리다. 즉 성장과 물가 패스에 대응해 나오는 금리 수치다.
시장에선 최종금리를 2.25% 정도로 보면서 향후 금리 향방을 예상하는 모습들이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투자자들은 대략 2.25%나 2.50%를 최종금리로 보는 듯하다. 7:3 정도로 2.25%가 우위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종을 2.25%로 볼지, 2.50%로 볼지 반반인 듯하다. 인하 시기 역시 애매하다"면서 "한은 포워드 가이던스에 의하면 상반기는 동결인데, 사실 지금은 무슨 변수가 생길지 알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 딜러는 "최종금리 2.00%, 2.25%, 2.50%를 보는 사람들이 대략 2: 5: 3 정도 아닌가 한다"면서 "대략 2.25%를 많이들 본다"고 말했다.
그는 "5월에 기준금리가 2.5%로 내려가고 하반기 중 한번 더 인하된다고 보면서 접근하는 게 무난한 것 같다"고 했다.
■ 포워드 가이던스 불구 추가인하 시점은 5월?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5년 성장률 급락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금리 인하 정책에도 26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한국은행 내부적으로 26년까지 경기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준금리 터미널 레잇 전망은 2%로 더 낮게 잡았으며, 이를 감안하면 국고 3년물 타겟은 2.4%, 10년물은 2.6% 정도라고 분석했다.
금리 추가인하 시점을 5월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추경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단 올해 2.25%까지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 유력한 금리 추가 인하 시기로 보는 5월은 추경 실시와 미국 통화완화 기대가 살아나는 강도에 따라 시점이 이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5월 금리 인하 여부는 4월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5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인하 사이클이 거의 끝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5월 추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 하지만 추경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면서 "올해 1차례 더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연말 기준금리는 2.5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별로 희망이 없다고 보는 쪽에선 인하 룸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문홍철 DB금투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만장일치 인하, 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 총재가 시장 금리기대와 금통위의 인식이 다르지 않다고 한 점, 현재 2.75%의 기준금리가 긴축적이며 중립금리 상단에 있다고 한 점, 구조적인 장기 저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을 표한 점 등은 비둘기 날개짓에 힘을 실어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6명 중 4명이 동결을 예상한 부분은 크게 개의할 필요가 없다. 내수 침체는 심화되고 있고 아직 관세의 불확실성 효과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의 구조적 저성장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나, 정책 담당자(한은 총재)의 한탄은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기준금리에는 상방보다는 하방리스크가 크다. 중립 금리 하단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리 프라이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