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급락

2025-03-31 08:04:53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31일 미국채 금리 급락 영향에 강세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험회피 무드 속에 안전자산이 힘을 받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2%대 초반을 향해 급락하는 등 금리가 큰폭 하락했다.

미국에선 계속해서 관세전쟁 여파 등으로 심리지표가 좋지 않았으며,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는 높게 나왔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주가가 맥을 못추자 국채 가격은 크게 뛰었다.

국내에선 영남권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가 난 가운데 주말 최상목 부총리가 일단 '10조원 필수 추경'을 제안했다.

■ 美10년금리 4.2%대 초반으로...나스닥 2.5% 넘게 급락

미국채 시장은 28일 주가 급락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로 대폭 강해졌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70bp 급락한 4.235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0.10bp 하락한 4.624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8.00bp 내린 3.9140%, 국채5년물은 10.75bp 속락한 3.9830%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지표들을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인되자 뉴욕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트럼프 관세정책 불확실성 속에 소비가 위축되고 물가 안정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들자 주가지수는 크게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715.80포인트(1.69%) 하락한 4만1583.90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112.37포인트(1.97%) 내린 5580.94, 나스닥은 481.04포인트(2.70%) 하락한 1만7322.99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10개가 약해졌다. 통신서비스주가 3.8%, 재량소비재주는 3.3%, 정보기술주는 2.4% 각각 급락했다. 유틸리티주만 0.8% 올랐다.

개별 종목 중 룰루레몬이 부진한 올해 실적 전망으로 14% 급락했다. 테슬라도 3.5% 내렸다. 아마존과 메타는 4% 이상 동반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1.6%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낮아졌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금리가 급락하자 달러인덱스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31% 낮아진 104.01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4% 높아진 1.0830달러, 파운드/달러는 0.02% 내린 1.294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90% 하락한 149.69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2% 오른 7.2698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29%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위험회피 무드 속에 하락 압력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56달러(0.80%) 내린 배럴당 69.3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40달러(0.54%) 하락한 배럴당 73.63달러에 거래됐다.

■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는 미국

미국의 경제 심리지수는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기대인플레이션은 제대로 안정되지 않아 위험자산 투자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시간대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7.0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잠정치 57.9보다 하향 수정된 것으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이번 결과는 예상치 57.9도 하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며, 모든 소득 계층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경제정책에 따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심리지수는 63.8로 전월 대비 2.9%, 전년 동월 대비 22.7% 하락했다. 기대 심리지수는 52.6으로 전월 대비 17.8%, 전년 동월 대비 32.0% 낮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래 물가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5.0%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도 4.1%까지 상승해 지난 1993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 정부, 10조 규모 '필수 추경' 추진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일요일 긴급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개최한 뒤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민·관이 산불 피해 복구, 통상 리스크 등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재정 측면에서도 기존 가용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신속한 추가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여야간 이견이 없는 ➀재난·재해 대응과 ➁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➂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하는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이번 산불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산불 피해 복구와 주민들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이다.

두번째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고 AI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중점 투자하는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세번째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하는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햇다.

부총리는 "이번 '필수 추경'은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4월 중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야당은 30조원이 넘는 대규모를 추경을 요구한 바 있으며, 한은은 15~20조원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훈수를 둔 바 있다. 여당은 추경 자체엔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규모를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단 초대형 산불로 피해가 컸던 만큼 정부가 일단 산불 피해복구 등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언급한 것이다.

산불 피해의 신속 복구 등을 위해선 재원 마련이 불가피한 가운데 여와 야가 어떻게 뜻을 모을지 봐야 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각

미국의 2월 PCE가격지수는 전월비 0.3%, 전년동월비 2.5%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하지만 식품·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PCE 가격지수는 전월비 0.4%, 전년동월비 2.8%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2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비 0.4% 증가하며 1월(­0.2%)의 감소에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예상치(0.5%)는 밑돈 것이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5% 상승해 1월과 동일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기대 인플레가 예상을 웃돈 것이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미시간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예비치 3.9%에서 4.1%로,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4.9%에서 5.0%로 상향됐다. 이런 관점이 소득 수준이나 정치적 성향 등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그리고 재정지출 축소 계획은 소비위축과 인플레 상승을 동시에 부를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준 관계자들은 관세의 영향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관세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면서도 인플레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못하고 있다.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 영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올해 연준의 두 차례 추가 금리인하 전망은 합리적"이라면서도 "최근 인플레이션 진정 속도가 정체된 점은 이 전망에 대한 확신을 낮춘다"고 했다.

■ 트럼프의 공세와 한국경제 우려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해방의 날' 4월 2일이 다가온 가운데 계속해서 미국 매체들은 계속해서 관세 관련 소식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미국 NBC는 "트럼프는 관세로 자동차 가격이 오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고 보도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참모진에 더욱 공격적인 정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에 최대 20% 관세 인상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가 최종 단계까지 협상을 즐기는 인물인 만큼 상황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높다.

트럼프는 "캐나다 총리와 관세와 관련한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등 미국의 주요 거래처들은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상호관세는 미국을 착취해온 국가들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피터 나바로는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이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독일이 미국을 제조업 국가에서 조립국가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는 상호관세로 연간 6천억달러의 세수 증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주요 거래국들을 압박하는 중이다.

국내는 내수경제, 수출경제 어려움 속에 미국의 보호무역 강경파들의 파고까지 넘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금리 하방 압력이 얼마나 더 작용할지 봐야 한다.

다만 국내 채권·주식 투자자들은 4월 2일 상호관세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이고 있다. 환율은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도 커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채권시장은 외국인 국채선물 매매와 환율 움직임 등도 주시하면서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저작권자 © 장태민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많이 본 뉴스

Memory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