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장전] 외국인·국채발행의 커브스팁 힘싣기

2025-05-08 08:16:12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8일 외국인 매매 동향, 늘어나는 국채 장기물 비중 등을 고려하면서 추가적인 커브 스팁 강도를 확인할 듯하다.

정부는 추경에 따른 국채물량 증분을 장기물 쪽에 배정하기로 했다.

전날 외국인이 3년 선물 매수, 10년 선물 매도를 통해 커브 스팁을 견인한 가운데 일드 커브가 얼마나 더 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국고3년 금리가 2.25%선 근처까지 내려와 있는 가운데 레벨 부담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간밤 미국에선 FOMC가 예상된 결과(금리 동결과 비교적 매파적인 코멘트)를 보여줬으며, 미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 FOMC "실업률, 물가상승 위험 모두 커져...기다리는 게 낫다"

FOMC는 7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시장참가자들도 대부분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FOMC는 성명에서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실업률 및 물가상승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관세 인상이 계속되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둔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관세 영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당분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했다. 고관세가 지속되면 내년까지 목표금리 달성이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관세는 가격을 올리면서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면 기업이 비용 구조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때까지 수익을 줄이고 신규투자를 자제할 수 있다.

정책 변경은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더 집중할지, 실업률 상승 위험에 더 집중할지 결정해야 하는 연준에 딜레마를 안겨준다.

파월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는 것이 적절하다"며 "상황이 바뀌면 당연히 적절한 시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지속한 작년에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한 바 있다.

아무튼 연준이 더 많은 데이터를 보기 전까지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번 관세전쟁으로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으로부터의 물동량은 약 35% 감소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10일 스위스에서 중국 측 대표단과 만나 경제 및 무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분석가들은 향후 하드 데이터가 보여주지 않는 경기둔화 강도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중이다.

한편 FOMC를 거치면서 선물시장은 연준의 6월 금리동결 확률을 75% 이상으로 잡았다.

■ 美 금리 제한적 하락...뉴욕 주가 반등

미국채 금리는 7일 하락했다. 이벤트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심리가 작동했다. FOMC가 경기와 인플레 불확실성을 강조한 가운데 유가가 2% 가까이 하락하자 금리 레벨 하락에 힘을 보탰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80bp 하락한 4.270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2.30bp 하락한 4.776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30bp 떨어진 3.7795%, 국채5년물은 2.75bp 내린 3.8650%에 자리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반등했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됐으나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위험자산을 압박하지는 못했다. 반도체주 강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장 막판 나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 철회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84.97포인트(0.70%) 오른 41,113.97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4.37포인트(0.43%) 높아진 5,631.28, 나스닥은 48.50포인트(0.27%) 상승한 17,738.16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8개가 강해졌다. 재량소비재주가 1%, 정보기술주는 0.9%, 헬스케어주는 0.8% 각각 올랐다. 반면 통신서비스주는 1.8%, 소재주는 0.5%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 철회에 엔비디아가 3% 올랐다. ARM홀딩스와 AMD는 1.4% 및 1.8% 각각 높아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7% 상승했다. 월트디즈니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11% 급등했다.

달러가격은 상승했다. 매파적인 FOMC를 확인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낮췄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41% 높아진 99.6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25% 낮아진 1.1342달러, 파운드/달러는 0.26% 내린 1.333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66% 오른 143.35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21% 상승한 7.224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68%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주간 휘발유 재고 증가 소식에 하락했다.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로 달러가 강해진 점도 부담이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02달러(1.73%) 낮은 배럴당 58.07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03달러(1.66%) 하락한 배럴당 61.12달러에 거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전주보다 18만8000배럴 증가했다. 예상치는 150만배럴 감소였다.

■ 추경으로 적자 국채 9.5조 증액...올해 한도 207.1조원으로 확대...20년 이상 발행비중 확대

대규모 영남 산불 등으로 추경이 편성되면서 적자국채 발행량은 9.5조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연간 국고채 발행 규모는 197.6조원에서 207.1조원으로 늘어났다.

기재부는 그러나 상반기 55~60%, 하반기 40~45% 발행 비중을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추가물량 9.5조원의 55~60%(5.2~5.7조원)도 상반기에 발행한다.

수급 여건을 고려해 당초 대비 장기물(20년, 30년, 50년) 연간 발행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물 연간 발행 비중을 40±5%로 5% 더 확대하기로 했다. 2년과 3년 등 단기물 비중은 30±3%, 중기물(5년, 10년)은 30±3%다.

월별 발행은 균등발행 기조를 유지하되 국채시장과 재정자금 조달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앞으로 정부는 국고채의 원활한 발행을 통한 시급한 현안 대응 및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 수행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재명, 이미 대선 8부능선 넘었다

전날 서울고등법원은 다음주 15일로 예정돼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6월 18일로 한 달 이상 연기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송미경·박주영 판사)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다음주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회 청문회장에 세우기로 했다.

전날 서울고법의 기일 변경은 사실상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없앤 결정이라는 평가들도 받았다.

국민의힘이 김문수, 한덕수 후보를 둘러쌓고 사실상 내분 양상을 보인 가운데 향후 채권시장도 이재명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들도 많았다.

권력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로 모아질 가능성이 커져 앞으로 차기 정부가 재정정책을 어떤 강도로 실시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후보의 상품권 경제(지역화폐) 활성화 의지나 민주당의 정부 역할 강화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추가적인 추경이 추진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주목 받는 미-중 협상...그리고 '바이든식' AI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 철회

미국의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은 7일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오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의 첫 번째 무역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협상이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냐는 질문에 "진전된 논의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호혜성을 달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무역 관계상 균형을 재조정하기 위해 각국과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도 일단 협상 사실을 알린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관세 문제에 대해 중국과 얘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 정부에 대해 진지하게 평가했다"고 알렸다.

중국은 "전 세계의 기대, 중국의 이익, 그리고 미국 업계와 소비자의 호소를 충분히 고려해 중국은 미국과 협의를 하는 데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145% 관세를 먼저 철회할 의향은 없다"면서 협상 주도권 싸움을 이어나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철회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전임 정부의 AI 규칙은 과도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라며 "미국의 혁신을 방해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혁신을 촉진하고 미국의 AI 지배력을 보장하는 훨씬 더 간단한 규칙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가 새로운 규칙을 마련하는 동안 수출 제한을 계속 엄격하게 시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한편 엔비디아는 중국에 H20칩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상태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에는 55억달러 규모의 상각 비용이 발생했다.

금리인하와 레벨 부담...그리고 외국인

국내시장에선 금리인하 기대감과 레벨 부담이 부딪히는 가운데 외국인이 선물 매매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5월 금통위의 금리 인하는 매우 유력한 상태다.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금통위원들도 올 상반기 마지막 금리결정 이벤트를 그냥 넘기기 어렵다.

전날엔 중국이 통화정책 완화에 힘을 실으면서 국내에 기대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인민은행은 7일물 역레포 금리를 오늘부터 1.4%로 10bp 내린다고 발표했다. 은행 지급준비율은 15일부터 50bp 내린다.

이런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최근 크게 하락해 금리인하 제약이 약해졌다. 전날 달러/원이 1,300원대에 진입한 가운데 고환율에 따른 금리인하 부담은 크게 희석된 상태다.

전날 공개된 4월 금통위의사록에서 다수 금통위원들은 '대내외 여건 변화를 보면서 인하의 속도와 폭을 조정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25bp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신성환 위원은 "성장률이 당초 예상에 비해 큰 폭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성장률 둔화에 따른 물가의 하방압력도 커지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신 위원은 다만 고환율 우려, 서울 주택가격 불안정성 등 금융안정 문제를 고려해 기준금리 50bp 인하가 아닌 25bp 인하를 주장했다.

금통위원들은 무역협상 추이와 이에 따른 영향, 금융안정 문제 등을 지켜보면서 인하의 속도와 폭을 조절하자는 입장이다.

시장의 최종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치가 2.25%에서 2%로 낮아진 가운데 향후 금리인하 기대감 강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계속 봐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고3년 금리가 이미 2.25%선까지 내려온 상황이어서 레벨 부담을 느끼고 있으나 외국인 선물매매가 레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날 외국인은 3년 선물을 1만 357계약 순매두하고 10년 선물은 3,864계약 순매도했다. 레벨 부담 속에 커브 스팁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 등도 주목된다.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종호가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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