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가 예상을 크게 밑돈 게 금리 되돌림의 이유가 됐지만, 10년 국채 기준 4.5% 위에서의 대기매수가 강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국내시장은 계속해서 외국인 매매를 주시하면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채 금리가 뛰는 구간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두드러졌던 가운데 이날 미국채 금리 급락 후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 PPI 급락에 미국채 금리 급락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특히 전월비 낙폭은 5년 만에 최대에 달했다.
15일 노동부에 따르면 4월 PPI는 전월 대비 0.5% 내려 예상치(+0.2%)를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도 2.4% 상승해 예상치(+2.5%)를 밑돌았다.
식품과 에너지, 유통서비스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보다 0.1% 내려 예상치(+0.3%)를 밑돌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무역정책, 이민 단속,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지정하고 그린란드를 인수하겠다는 언급 등으로 인해 관광객 여행이 급감해 항공권 판매, 호텔 및 모텔 예약이 타격을 입었다.
도매서비스 물가는 3월 전월 대비 0.4% 상승한 후 4월에는 0.7% 하락했다. 이는 2009년 12월 정부가 이 시리즈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도매업체와 소매업체가 받는 마진 변화를 측정하는 무역서비스에서 1.6% 하락한 것이 전체 서비스물가 하락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호텔 및 모텔 객실 가격이 3월 0.5% 하락한 후 4월에도 3.1% 하락했다.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는 6.9% 급락했고, 항공료는 1.5% 하락했다.
■ PPI 둔화 소식에 美금리 급락
미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레벨을 낮췄다. PPI가 전월비로 5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금리 급락을 이끌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면서 전 구간 금리 레벨이 낮아졌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5일 10.30bp 급락한 4.431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20bp 떨어진 4.891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7.50bp 내린 3.9735%, 국채5년물은 10.75bp 빠진 4.0545%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중 관세 갈등 완화로 주가가 뛴 뒤 이틀간은 시장별로 차별화가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71.69포인트(0.65%) 상승한 4만2322.75, S&P500은 24.35포인트(0.41%) 오른 5916.93을 기록했다. 나스닥은 34.49포인트(0.18%) 내린 1만9112.32를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8개가 강해졌다. 유틸리티주가 2.1%, 필수소비재주는 2%, 부동산주는 1.8% 각각 올랐다. 반면 재량소비재주는 0.7%, 통신서비스주는 0.4%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 중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가 0.5% 내렸다. 풋락커를 24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딕스스포팅 굿즈는 15% 급락했다. 중동 관련 호재로 연일 뛰던 엔비디아는 0.4% 하락했다. 시스코는 실적 호조로 4.9% 상승했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의 예상 밖 하락에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22% 낮아진 100.82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2% 높아진 1.1187달러, 파운드/달러는 0.34% 오른 1.330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78% 내린 145.60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9% 하락한 7.204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33%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란 관련 수급 재료에 영향을 받으면서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 기대에 따른 원유공급 전망이 강화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53달러(2.42%) 내린 배럴당 61.62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56달러(2.36%) 하락한 배럴당 64.53달러에 거래됐다.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장기적인 평화를 위해 이란과 매우 진지하게 협상하고 있다.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관세정책 혼란 속에 확인한 미국 소비...예상보다는 괜찮은 모습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예상을 웃돌았다.
15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매판매는 7241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늘었다. 이는 예상치(보합 수준)를 상회하는 결과다. 전년 대비로는 5.2% 늘었다.
소매판매는 지난 3월 전월 대비 1.7% 증가에서 대폭 둔화했다. 3월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수입에 대한 25% 관세를 앞두고 소비자가 구매를 서두르면서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 점이 반영됐다.
3월 급등에 이은 4월 소폭 증가는 소비자들의 지출 추세를 읽기 어렵게 만들고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관련된 지속적인 경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기업들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비즈니스 환경을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를 일시 중단하거나 철회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소비지출 약화나 성장 둔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출이 냉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Y-파르테논의 리디아 부수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월 소매판매는 소비자들이 관세에 앞서 소비를 서두른 이후 물러섰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금리가 계속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지출에 더욱 신중하고 선별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평균 관세가 현재 약 15%로 193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관세 인상은 이미 체감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4월 말부터 월마트 진열대에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이번 달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이다.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 CFO는 "신학기 시즌이 시작되는 6월과 7월에 쇼핑객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매업 실적은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달 물가가 상승한 스포츠용품 매장의 매출은 2.5% 급감했다. 의류 매장 매출은 0.4% 감소했고, 건강 및 개인용품 매장은 0.2%, 자동차 딜러는 0.1% 하락했다. 주유소 매출은 물가가 0.1%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0.5% 감소했다.
소비 활동이 회복되는 조짐도 나타났다. 레스토랑과 바의 매출은 1.2% 증가해 재량 지출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높은 모기지 금리로 인한 주택판매 둔화에도 미국인들이 주택 개선에 투자하면서 주택 및 정원 센터 매출은 0.8% 증가했다.
■ 파월, 고금리 더 이어질 가능성과 공급망 구조 변화 영향 경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5일 "고금리 기조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리서치 컨퍼런스 연설에서 "더 높은 실질금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지난 2010년대 위기 때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파월은 특히 공급망 충격이 상시화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고용과 물가에 대한 통화정책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파월은 "더 크고 더 빈번하고 더 다양한 충격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경제에 대한 이해와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현재 4.25%~4.50%로 제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연준은 경제가 침체기에 있을 때 약 500bp를 인하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2%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준은 5년마다 실시하는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당시 마지막 검토에서 연준은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밑도는 기간 이후에는 당분간 2%를 약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파월 의장은 의도적이고 온건한 오버슈팅이라는 개념이 정책 논의와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으며, 현재까지도 그렇게 유지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율이 연준의 목표인 평균 2%에 근접하거나 같도록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를 본질적으로 '오버슈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표현을 재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준의 마이클 바 이사도 "공급망 붕괴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 금리인하 기반영과 5월 금리인하 속 적정금리 찾기
최근 국고3년 금리는 대략 2.2%대 중반까지 레벨을 낮춰본 뒤 다시 올라왔다.
이후 국고3년이 2.4%에 근접하자 저가매수가 들어오면서 밀리는 데 한계도 나타났다.
국고10년 금리는 대략 2.5%대 중반까지 욕심을 내본 뒤 지금은 2.7% 위로 올라와 있다.
미국채 금리가 4.5%대에 진입한 지 하루만에 급락한 만큼 국내 금리 레벨도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전체적으로 레벨 부담을 감안하지만 저가매수 지점도 고려하고 있다.
미래 기준금리를 1%대, 2%, 2.25% 등 어느 지점으로 잡느냐에 따라 레벨 부담의 정도는 다르다.
시장금리가 최종 기준금리를 기반영하고 있다는 보는 쪽에선 레벨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경제의 0%대 성장 등 경기부진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준금리를 2% 이하로 열려는 쪽에선 밀리면 사야 한다는 논리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