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1일 미국채 금리 반등과 외국인 선물 매매를 보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재정과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다시 장중 4.5%를 넘었다가 되돌림됐다. 최근 미국채10년물 금리 4.5% 위에선 대기 매수도 확인되고 있으나 금리 레벨을 크게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시장은 금통위 금리 인하에 기댄 저가매수와 불안정한 미국 금리시장 움직임을 보면서 적극적인 방향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 美금리 재정적자 우려에 상승
미국채 금리는 20일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상승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70bp 오른 4.487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7.40bp 뛴 4.977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10bp 하락한 3.9685%, 국채5년물은 0.70bp 오른 4.0675%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 법안이 미국 재정적자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 18일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한 이번 법안은 이르면 이번 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뉴욕 주가지수는 제한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근 연이은 상승 흐름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이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14.83포인트(0.27%) 내린 4만2677.24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3.14포인트(0.39%) 낮아진 5940.46, 나스닥은 72.75포인트(0.38%) 하락한 1만9142.71을 나타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8개가 약해졌다. 에너지주가 1%, 통신서비스주는 0.8%, 재량소비재주는 0.6% 각각 내렸다. 헬스케어와 유틸리티주는 0.3%씩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테슬라가 0.5% 상승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0.9%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0.1% 내렸다. 알파벳과 아마존 역시 1.5% 및 1% 각각 낮아졌다.
달러가격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 법안이 미 재정적자를 늘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36% 낮아진 100.0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34% 높아진 1.1282달러, 파운드/달러는 0.19% 오른 1.338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21% 내린 144.56엔에 거래됐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주 환율과 관세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보합 수준인 7.2147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60%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앞서 호주준비은행(RBA)은 기준금리를 25bp 낮추고,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제유가는 3일만에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관련 불확실성을 주시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13달러(0.21%) 내린 배럴당 62.5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16달러(0.24%) 하락한 65.38달러에 거래됐다.
이란 언론들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 무살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지속 강도에 따라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20일 미니애폴리스 연설에서 "관세가 성장을 둔화시키고 고용을 약화시키며 물가에 일회성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살렘 총재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현재 무역정책, 이민, 세금정책, 규제완화의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인플레 지속 기간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기업이 재고를 소진하고 일회성 가격 인상으로 고객에게 관세를 전가함에 따라, 관세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일시적인 경우다.
무살렘은 "이 시나리오에서는 일시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살펴보고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완화하는 통화정책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지속성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정책 경로에 더욱 집중해야 하며,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살렘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안착되지 않으면 물가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고용과 경제활동 측면에서 대중에게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준다"며 "따라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정책은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 호주, 예상대로 금리 인하
전날 호주 중앙은행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85%로 25bp 인하했다.
RBA는 2023년 12월부터 작년 2, 3, 5, 6, 8, 9, 11, 12월 회의까지 아홉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올해 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 4월 회의에서 동결 그리고 5월 회의에서 25bp 인하를 단행하면서 올해 들어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한 것이다.
RBA는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리스크는 보다 균형이 잡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 내에 있으며 국제정세가 경제에 부담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BA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번에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 판단했다"면서 "이번 금리인하로 통화정책 제약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달성이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RBA는 "3월 분기 인플레이션은 계속 완화됐다. 연간 조정 인플레이션은 2.9%로 2021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밑돌았다"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2.4%로 목표범위 2~3%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내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밴드 상단 부근까지 상승할 듯하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예측 기간동안 대부분 2~3% 범위 중간 수준에 머물 듯 하다고 전망했다. 관세 최종 범위와 각국 정책 대응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당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뚜렷하다고 했다.
RBA는 "민간경제 내수는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실질가계 소득이 늘었다. 노동시장 여건은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했다.
RBA는 경제전망 발표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025년 6월, 2026년 6월, 2027년 6월 모두 2.6%로 제시했다.
2025년 6월까지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2026년 6월과 2027년 6월의 GDP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2.2%로 제시했다. 가계소비는 2025년 6월 1.4%, 2026년 6월 2.2%, 2027년 6월 2.4%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전망치는 2025년 6월 4.0%, 2026년 6월과 2027년 6월은 모두 3.2%로 제시했다. 실업률은 2025년 6월 4.2%, 2026년 6월과 2027년 6월 모두 4.3%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RBA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두드러진 와중에 무역전쟁이 심회될 경우 실업률이 약 6%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 감세정책과 재정적자 논란 지켜봐야
지난 주말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디스의 등급 하향은 이미 예고된 조정이었던 데다 다른 신평사(S&P, 피치)와 보조를 맞추는 측면이 있었다.
다만 신평사 이벤트와 별도로 미국 재정적자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감세안에 따른 재정 악화가 금리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계속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이 테마가 계속해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달러 약세를 부추길지 봐야 한다.
오랜기간 미국 국채는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관세전쟁 속에 미국채의 위상이 다소간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트럼프가 다른 나라로부터 관세를 걷으려고 하는 중대한 이유도 어려운 재정 문제와 귀결된다.
무디스의 등급하향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미국 재정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다른 나라 국채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기 얼마나 커지는지 여부, 아시아 외환시장의 달러 약세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은 계속해서 주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