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30일 "관세소송으로 트럼프의 강력한 무기 하나가 훼손되면서 향후 정책 전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5월 28일 판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판결문의 내용을 보면 헌법상 관세 및 통상 규제 권한은 의회에 독점적으로 부여돼 대통령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관세의 법적 근거로 활용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제재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은 아님을 명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무역적자와 마약 유통, 불법 이민 등은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근거로 발효된 1) 10% 보편관세 및 개별국 관세, 2)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역시 무효라는 판단이다.
무역법 232조와 301조의 경우 의회가 직접적으로 위임한 권한으로 이에 근거한 자동차,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판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찬희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가 즉각 항소하면서 연방항소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까지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항소 진행 과정은 평균적으로 6~12개월 정도 소요돼 최종적인 합헌 판단 여부는 빠르면 연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트럼프 정책 제약될까
김 연구원은 "의회와 협의를 통해 관세 정책을 전개할 수 있으나 정책 추진 속도 및 범위가 제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의회에서 위임한 무역법 232조와 301조를 활용한 관세 압박과 더불어 비관세 및 보조금, 투자 제한 등의 정책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32조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특정 품목에 대한 일괄적인 관세를, 301조는 상대국가의 특정 산업 또는 품목에 차등적인 관세를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단행됐던 대중국 관세가 중국의 강제 기술이전 및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부과됐다. 당시 다양한 품목에 평균 20%의 관세를 부과한 점을 고려하면 국제비상경제권한법 대신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는 여전히 압박을 통해 경제 및 정치적 성과를 얻고자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야기할 다른 변수를 키울 수 있다. 다만 상대국 입장에서 7월 8일까지 제한된 협상 시한과 보편관세로 인한 피해가 이연돼 시간을 두고 고민할 여유가 생겼다"고 해석했다.
내년 중간선거 이전까지 유의미한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입장에서 압박 수위를 조절하고 성과를 챙기려는 움직임이 확인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공급망 재편 관점에서 전개되는 품목 관세 강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관세가 기부과된 자동차, 알루미늄, 철강에서 협상 난이도가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행히 향후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의 경우 생산시설을 대부분 해외에 위탁해 수입 의존도가 30~40%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요 산업 중 가장 높아 점진적인 관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법원의 판결로 당장의 불확실성 및 충격 강도는 완화됐다. 그럼에도 2분기 말~3분기 발표될 실물지표는 여전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작년 말부터 1분기까지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재화 전반에 걸친 선수요 유입이 나타났고 5월 미국 PMI 서프라이즈 역시 재고 축적 및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편관세가 6개월 이상 유예된다면 선수요 되돌림이 보다 강하게 전개될 수 있다. 대신 기업들이 선제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이유는 사라지기에 관세발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