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추이와 외국인 매매 등을 주시하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주요 교역국에 대해 관세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협상 진행 상황도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따라 인플레 경계감 속에 10년물 레벨을 4.4% 위로 올려 국내 시장에도 부담을 줄 듯하다.
국내에선 지난주 금통위가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한 가운데 금융안정 추이를 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美금리, 관세 부담에 상승...뉴욕 주가도 주춤
미국채 시장은 11일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따른 경계감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6.10bp 상승한 4.408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50bp 뛴 4.955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40bp 상승한 3.9005%, 국채5년물은 3.65bp 오른 3.9715%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자신의 SNS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캐나다 수입품에 8월부터 35%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가 보복하면 관세를 더 높이겠다"고 썼다.
트럼프는 그 전날엔 "관세통보 서한을 받지 않는 나라들에 15~2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11일 관세 불확실성에 따라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79.13포인트(0.63%) 하락한 4만4371.51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0.71포인트(0.33%) 내린 6259.75, 나스닥은 45.14포인트(0.22%) 밀린 2만585.53을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1%, S&P500은 0.3%, 나스닥은 0.1% 각각 낮아졌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가 약해졌다. 금융주가 1%, 헬스케어주는 0.9%, 소재주는 0.8% 각각 내렸다. 에너지주는 0.5%, 재량소비재주는 0.3%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전일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가 이날도 0.5%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실적 전망치를 높인 리바이스는 11.3% 급등했다. 테슬라도 1.2% 높아졌다. 엔비디아 상승에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2% 하락했다.
달러가격은 11일 관세발 인플레 우려로 금리가 오르자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23% 높아진 97.88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13% 낮아진 1.1688달러, 파운드/달러는 0.61% 내린 1.349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79% 오른 147.41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7% 낮아진 7.1740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21%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1.88달러(2.82%) 상승한 배럴당 68.45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1.72달러(2.51%) 오른 70.36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14일에 러시아에 대한 중대 성명을 발표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긴장감을 높인 바 있다.
■ 트럼프, 일단 EU·멕시코에 30% 관세율 공언
주말인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멕시크에 8월 1일부터 30% 상호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EU와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EU와 무역에서 많은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균형 있고 공정한 무역을 위해 전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U와 멕시코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이 30% 관세 대상이며 '부문별 관세'인 25% 자동차 관세 등은 제외된다고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EU는 8월 1일 마감일까지 "합의 달성을 위해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EU 수출에 대한 30% 관세는 양측의 공급망, 기업 및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U는 필요시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포함해 EU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를 통해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이익을 단호히 수호해야 한다"며 "특히 8월 1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신뢰할 수 있는 보복 조치를 준비하는 것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대응 조치는 245.4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출품을 대상으로 하며, 13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조치가 8월 초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멕시코산 제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부합하는 경우 대부분 관세 없이 수입될 수 있었다. 이 협정은 트럼프가 첫 임기 중에 협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 장벽이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해 부과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에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논리와 동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는 국경 보안을 위해 나를 돕고 있지만, 멕시코가 한 일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X에 게시한 글에서 "11일 회의에서 멕시코 대표단은 미국 관리들에게 새로운 관세율 도입 계획이 불공정한 대우이며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 서한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며 미국과의 합의와 더 나은 무역 조건 달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서한에서 미국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미국이 반발할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 부가세와 디지털서비스세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로 관세와 비관세 무역 장벽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EU 회원국 여러 곳에서 널리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와 디지털 서비스 세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디지털 서비스 세금은 온라인 기업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집하는 총 매출에 부과된다. 이러한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대기업이 수집하는 모든 매출을 과세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 판매, 광고 수익, 구독료, 소프트웨어 및 기타 온라인 서비스 결제 등 사용자가 지불하는 모든 수익을 포함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EU가 성실하게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달 전 트럼프는 무역 협상 진전 부족에 분노해 6월 1일부터 EU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할 준비를 한 바 있다.
EU에 대한 30% 관세율은 트럼프가 4월 중순에 일시 중단하기 전까지 해당 지역에서 수입된 상품에 적용되던 20% 관세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EU와 멕시코에 보낸 관세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일부 상품에 3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이 약 9760달러로 미국 최대의 무역 파트너다. 멕시코는 약 8400억달러, 캐나다는 약 7620억달러의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을 기록했다.
■ 금통위 후에도...추가인하 시기는 8월과 4분기
지난 주 목요일 금통위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예상보다 매파적인 않았다는 평가도 많았다.
이미 매파적인 금통위를 예상했던 데다 포워드가이던스 4:2의 구도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징검다리 인하를 감안해 8월 인하를 예상하는 시각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또 작년 8월 부동산 우려에 따른 금리 동결 뒤 10~11월 연속 인하를 했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해 8월과 4분기가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 등을 지켜볼 필요도 있다.
정부의 6.23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는 둔화됐다.
지난 10일(목) 한국 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주택시장 동향(7일 월요일 기준)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간 0.29% 올랐다.
최근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43%→0.40%→0.29%로 축소됐다.
일단 서울 집값 급등 모멘텀이 꺾였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상승률 자체는 상당히 높다. 정책 효과에 따라 거래량과 가격 상승률의 둔화 정도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트럼프의 관세 플레이 속 미국 CPI 주목
이번 주엔 미국 물가 지표가 주목된다.
미국에선 15일 6월 CPI, 16일 PPI, 17일 6월 소매판매 결과가 차례로 나온다.
물가 상승률이 오름폭을 확대할 경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
블룸버그 설문을 보면 6월 CPI는 전년 대비 2.5%, 근원 CPI는 2.9% 올랐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이 예상이 현실화되면 수치는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CPI는 지난 5월 전년동기비 2.4%로 4개월만에 오름폭을 키운 뒤 이번에 2.5~2.6% 등 추가로 더 오를 경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또 근원CPI는 3~5월 2.8%선에서 멈춰 있었으나 조금이라도 더 오름폭을 키울 수 있다는 염려도 보인다.
하지만 물가 우려도 가격에 반영돼 기대치를 얼마나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최근 연준 내에서 월러 이사, 보우먼 부의장이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세의 한계를 거론하고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 내 다수는 여전히 관세에 따른 물가 악영향 정도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11일 월스트리트저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새 관세 때문에 물가 전망이 더 복잡해질 수 있으니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