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28일 미국이 주요국과 맺고 있는 관세 협상의 막바지 흐름 등을 지켜보면서 제한적인 등락을 이어갈 듯하다.
지난주 미국이 일본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주말엔 EU와 협상을 매듭지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미국은 EU에도 일본과 같은 1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주요 동맹국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 문제를 조기를 매듭짓는 것은 불가능한 가운데 일단 다른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주요 거래처인 나라 중 가장 늦게 협상 타결을 모색하게 됐다.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8월 1일 관세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미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보고 대응하는 게 낫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금리시장이 좁은 레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물 매매 등에 따른 등락이 이어지는 중이다.
■ 미-EU도 15%로 협상 타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일요일(27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미국은 유럽산 제품에 대해 15%의 기준 관세를 적용하게 되며, 그 대상에는 자동차도 포함된다"며 "또한 EU 측은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미국에 60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 후 "양측 모두에게 훌륭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공동의 무역 정책을 공유하는 경제 블록으로, 미국의 최대 지역 무역 파트너이자 가장 큰 해외 투자처다. 양측은 하루 평균 50억달러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오늘 합의는 불확실한 시대에 확실성을 제공하는 조치"라며 "EU 수출의 대부분에 대해 15% 기준 관세가 적용될 것이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이 포함된다. 15%는 우리가 받아낼 수 있는 최선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세율 15%는 미국의 대부분 무역 파트너들에게 적용될 새로운 최저 기준 관세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수준의 관세가 기업들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며, 미국 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계 무역 흐름을 멈출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로라 매크로 스트래티지스의 드미트리 그로주빈스키 선임 고문은 "이 정도 수준의 관세는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EU와의 협정은 최근 잇따른 무역협정 발표에 이은 것이다.
■ 미국 동맹국이 무는 관세 15%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일본과도 기준 관세를 15%로 설정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베트남은 20%,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19%의 기준 관세로 합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EU에 속한 국가들 등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15%를 물게 됐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혼란을 겪어온 기업들에게 일부 확실성을 제공한다. 무역전쟁 우려를 다소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50%의 고율 관세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는 할당제(quota)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EU는 자국 시장을 무관세로 개방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항공기 및 부품, 일부 화학제품, 반도체 장비, 일부 농산물 등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만 상호 무관세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으로 더 많은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과 경제 안보 분야 협력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EU 제품에 대해 10%의 기준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으며 자동차에는 25%,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50%를 적용해왔다. 다만 8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를 30%까지 인상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햄 이코노미스트는 "15% 기준 관세로 무역 갈등이 확산될 위험이 줄어들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유럽 GDP는 약 0.3% 감소할 수 있다. 독일이 더 큰 타격을 입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금리 소폭 하락...나스닥, S&P500 최고치 경신 지속
미국채 금리는 25일 소폭 하락했다.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이 완화됐다는 평가에 장기구간 중심으로 금리가 약간 내렸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0bp 하락한 4.388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80bp 떨어진 4.9210%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90bp 오른 3.9215%, 국채5년물은 0.70bp 내린 3.9535%를 나타냈다.
연준은 25일 오전 성명에서 "연준은 어제 우리의 역사적인 본관을 방문한 대통령을 맞이하게 돼 영광이었다. 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도록 격려해준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뉴욕 주가지수는 25일 EU와의 무역합의 기대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 스코틀랜드에서 회동하기로 하면서 양측이 무역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08.01포인트(0.47%) 오른 4만4901.92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25.29포인트(0.40%) 높아진 6388.64, 나스닥은 50.36포인트(0.24%) 오른 2만1108.32를 나타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이날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9개가 강해졌다. 원자재주가 1.2%, 산업재주는 1.0%, 경기소비재주는 0.8% 각각 올랐다. 반면 에너지주는 0.4%, 통신서비스주는 0.2% 각각 내렸다.
개별 종목을 보면 테슬라는 전날 급락한 이후 저점 매수가 나오면서 3% 가량 급반등했다. 반면 인텔은 2분기 순손실 급증을 악재로 소화하며 8%대 급락했다. 트럼프가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 8월 1일을 앞두고 미국이 주요국과 무역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폰데어라이엔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트럼프와 통화했다며 "일요일(27일)에 대서양 무역 관계와 그것을 어떻게 강력하게 유지할지 논의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그와 만날 것"이라고 했으며, 주말 양 경제권은 관세 15%에 합의했다.
달러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트럼프와 파월의 대립이 한층 완화된 것이 '강달러' 요인으로,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고 밝힌 점이 '약달러'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지수는 연준의 독립성 우려 완화와 주간 고용지표 호조 여파에 상승 압력을 받았다.
24일 연준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은 "불필요하다"고 말했고 25일 연준은 "대통령께서 이 프로젝트의 완공을 독려해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는 답례를 했다. 또 트럼프는 "달러 약세는 달러 강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며 달러화 약세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3% 높아진 97.645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001달러 높아진 1.174달러, 파운드/달러는 059% 내린 1.343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엔은 0.46% 오른 147.66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8% 상승한 7.1653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39% 약세를 나타냈다.
유가는 공급 확대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87달러(1.32%) 내린 배럴당 65.16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74달러(1.07%) 하락한 68.44달러에 거래됐다.
■ 남은 한국과 주요 국가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시한은 8월 1일 0시 1분에 끝난다.
이 시점 이후엔 관세가 발효된다.
트럼프의 성격상 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현재 남아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27일 미-EU 협상 타결 이후엔 미국과 중국 고위급 무역협상이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이 참석한 이번 회동에서 협상 진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은 8월 1일 이전에 협상이 타결되는지 봐야 한다.
한국(25%)이 일본, EU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처럼 관세율을 15%로 낮추기 위해 얼마나 조공을 받쳐야 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한국이 다른 미국 우방국과 달리 15%보다 높은 관세율을 물게 된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국 외에도 인도(26%), 말레시이아(25%), 싱가포르(10%) 등에 대한 무역 협상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을 둘러싸고 있는 미국과 밀접한 국가들이 어떻게 막판에 조율할지도 관심이다.
미국이 관세율을 더 높여버린 캐나다(25→35%), 멕시코(25→30%), 브라질(10→50%)의 세율 변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구리 품목에 대한 50% 부과가 실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등을 봐야 한다.
이번주 미국 FOMC(29~30일)와 일본 통화정책회의(30~31일)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파월과 만난 뒤 언론에 "금리에 대해 아주 좋은 회담을 했다. (파월 의장이)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이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