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잘 나가다가' 세금 우려에 폭락한 주가

2025-08-01 15:21:12

자료: 유독 크게 빠진 한국 주가,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유독 크게 빠진 한국 주가,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주가지수가 1일 장중 4% 가까이 폭락했다.

8월 첫 거래일 주가가 급락한 큰 이유는 '세제 개편안'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그간 민주당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지만, 전날 만만치 않은 세제 개편안을 확인한 뒤 고꾸라졌다.

최근 3,200선을 크게 상회했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100P 넘게 급락하면서 3,100선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 주가, 상법이 살리고 세법이 죽이고...

그간 상법 개정안은 주가를 띄운 큰 동력이었다.

새 정부의 소액주주를 위한 시스템 개편 움직임에 시장도 큰 기대를 안고 달렸다.

하지만 법을 통해 주식을 뒷받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법에 의해'(세제 개편안)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전날 장 마감 뒤 나온 세법 개정안에 시장이 긴장하고 말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제개편안 우려에 투자자들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아시아에서 한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밤 미국 PCE 결과 등으로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축소됐으나 나스닥이 약보합을 나타내는 등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 영향은 제한됐다.

한국 주가만 유독 크게 빠져 아무래도 세제 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진단이 많다.

이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종목당 50억에서 10억으로 재강화돼 연말 회피성 물량 출회 우려가 커졌다"면서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기대치가 27.5%(이소영 민주당 의원 제시)에서 실제치 35%로 올라간 점, 법인세율 전구간 1% 인상에 따른 상장사 순이익 1% 이상 감소 등이 악재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 외 증권거래세도 인상된다"면서 세제개편에 따른 실망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 주식시장에 정책 기대감 잔뜩 주입한 뒤 카운터 펀치

시장에선 새 정부가 주가 상승 기대감을 잔뜩 펌프질해 놓더니 결국 세금을 통해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쪽에선 세수 결손과 재정 여력 확보를 위해 세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세제개편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은 인정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이 시행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총 세금 부담은 5조 7,00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법인세 1% 인상만 해도 4조 6,000억 가까이 부담이 커진다.

법인세는 4개 구간별 각각 1% 포인트씩 올려서 최고 세율을 25%로 만들 계획이며, 이번 세법 개정으로 인한 세부담 증가분의 56.1%인 4조 6,000억원을 기업이 더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법인세를 올리면서 기업들에게 주던 세제 혜택은 줄인다.

정부는 경기 침체기 기업의 설비 투자비에 대해 추가로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임시 투자 공제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 기업들이 이번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대규모의 투자를 약속해 국내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정작 자신의 국가에선 세액 공제제도를 축소한다는 비판도 보인다.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도, 윤석열 정부에서 개정한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원 이상의 보유로 되돌려진다.

지분율 기준도 부활시켜서, 보유액이 10억원 미만이라도 코스닥 기준 지분율이 2% 이상이면 양도세를 물리기로 했다.

주식을 자지 매매하는 사람들에게도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현재 0.15%인 증권 거래세율을 0.2%로 33%를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세 부담 증가 폭의 29%인 2조 3,000억원 이상이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된다고 한다.

■ 주식 부양 내세운 정부의 '두 얼굴'

이재명 정부가 '이제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할 때'라고 외치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상법 개정 등에 환영했지만 전날 개정안을 본 뒤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야당 쪽에선 정부와 여당이 '친주식시장' 코스프레를 하더니 결국 본질이 드러났다면서 세법 개정안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일 "지금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에 기업과 투자자 모두 깊은 한숨과 탄식을 내놓고 있다"면서 "법인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고 과세표준에 전 구간을 올리게 되면 대기업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까지 어렵사리 벌어 모은 돈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증권거래세도 올리고, 대주주 양도기준도 10억원으로 강화됐다. 여기에 감액 배당까지 과세하는 상법 개정도 추진 중"이라며 "이는 명백히 기업과 투자자를 겨냥한 표적 증세이자, 성장보다 세금 걷기에만 몰두한 조세 역주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찌 씨앗은 뿌리지 않고 수확만 챙기려 하는 것인가"라며 결국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코스피 5천 등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이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와 맞물려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관세 폭탄에 이어 세제 폭탄까지 더해진다면, 그 결과는 투자위축, 일자리 감소, 주가 급랭으로 돌아갈 것이 뻔한 일"이라며 "이번 세제 개편안은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코스피 3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주식시장을 떠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모멘텀이 둔화되는 와중에 '세제 개편' 악재가 터져 그 충격파가 더 크다는 평가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 "시장이 새 정부의 주식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반영한 상태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제 개편이라는 악재가 나오면서 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기대감 추가 반영 등을 놓고 고심하려는 사이에 대형 악재를 맞았다는 평가도 보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세제 개편 부담으로 코스피가 100P 넘게 빠졌다. 시장이 정책 기대감, 관세협상 타결 등을 반영한 뒤 이제 간을 보려 했으나, 결국 강력한 싸대기를 한 대 맞아 추락하고 말았다"고 했다.

자료: 정부 세제개편안 내용의 일부
자료: 정부 세제개편안 내용의 일부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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