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1일 "미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부채의 만기구조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향후 미국의 부채관리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단기국채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재정 절제가 실종된 가운데 미국의 단기 중심 차입 행태는 다른 선진국에 부정적 선례를 남기고 있으며 선진국 전반의 단기부채 의존 현상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월 30일 3분기 차환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수분기 동안 중장기채 발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단기채(T-bill) 중심의 차입전략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 내 장기채 선호 감소와 단기채 수요 증가 요인 등을 감안할 때 이는 타당한 전략으로 평가됐지만 롤오버 부담 증가, 통화정책의 재정 종속 등의 위험이 내포돼 있다는 우려도 보였다.
■ 미국의 단기채 중심 조달전략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재무부의 단기채 중심 조달 전략이 가져올 효과와 위험에 관한 시장의 관심이 증가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연간 $2조에 달하고, 특히 이자비용이 약 $9천억으로 국방비를 상회할 정도로 커지면서 국채 발행의 만기 구조가 점차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이전 정부의 단기차입 의존을 비판했던 베센트 재무장관은 취임 후 입장을 바꿔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에서 장기물 발행을 확대할 의향이 없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재무부의 단기물(T-bill) 의존 확대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의 문제로 옮겨졌으며, 이번 3분기 차환계획(Treasury Quarterly Refunding)에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30일 발표된 3분기 차환계획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만기 2년 이상 중장기채(Note, Bond) 발행 규모를 현 수준을 유지하고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향후 재정적자를 충당하는데 있어 단기채 의존도가 커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재무부는 3분기 중 민간보유 시장성국채를 $1.007조 순발행할 계획이며, 이는 4월 발표치보다 $4,530억 증가한 것으로, 부채한도로 인한 왜곡과 현금흐름 감소 때문이었다.
4분기에는 $5,900억을 차입할 계획이며, 3분기 및 4분기말 현금잔액(TGA) 목표는 $8,500억으로 설정했다.
국금센터는 "중요한 것은 만기별 발행구조로, 시장 예상 대로 재무부는 향후 수 분기 동안 2~30년 만기의 중장기 쿠폰채 발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월 2년 $690억, 3년 $580억, 5년 $700억, 7년 $440억, 10년 $390~420억, 20년 $130~160억, 30년 $220~250억 등이다.
재무부는 부채한도가 상향된 후 T-bill 발행을 통해 재정 운영과 TGA 복원을 진행 중이며, 향후 T-bill 발행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3분기 말까지 TGA를 $8,500억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은 이번 분기 중 약 $6,200억의 T-bill 발행이 필요함을 의미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의 전면 개편으로, 바이백 빈도와 규모를 늘리고 참여기관의 범위도 확대한다.
10~30년 만기의 장기물 유동성 지원 바이백을 분기당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유동성 관리 목적의 바이백 한도를 기존 $300억에서 $380억으로 확대한다.
센터는 "명목 쿠폰채의 발행 규모는 유지하면서 바이백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은 단기채 중심의 조달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단순 조정이 아니라 국채공급 확대 국면에서 유연성을 부여하고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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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채 조달 확대 타당한 전략이지만...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시장의 장기채 선호 감소와 스테이블 코인 등 단기채 수요 증가 요인을 감안할 때 단기채 조달 확대는 타당한 전략이란 평가들도 받고 있다.
다만 롤오버 부담과 통화정책의 재정 종속 가능성 등의 위험이 내포돼 있다는 진단이다.
단기채 확대 논거는 장기채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공급을 억제해 채권시장과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향후 금리하락이 예상될 경우 이자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장기채 발행은 조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장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발행을 확대하면 수익률 상승으로 모기지 등 민간 조달비용을 높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베센트 장관은 현 금리수준에서 장기물 발행을 늘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파월 의장 퇴임 전까지는 단기물만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장기채 수요 감소, 재정적자에 대한 불확실성, 높은 기간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최적 부채구조 분석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단기채 공급이 증가하더라도 ▲스테이블코인 시장 성장에 따른 담보물 수요 ▲연준 QT 종료 후 MBS 상환액의 T-bill 재투자 ▲MMF 시장의 지속적 성장 등으로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될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이러한 수요 기반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T-bill 비중이 일시적으로 22~23%까지 증가하는 것은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단기채 조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차환 위험이 커지고, 이에 따른 추가 자금조달 소요가 발생할 수 있으며, 통화정책의 재정 종속 위험도 증가한다.
TBAC는 T-Bill 비중을 15%(최소)~20%(적정)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단기채에 의존한 자금조달이 지속될 경우 수 년내 적정 비중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채 발행을 늘리지 않을 경우 T-bill 비중이 28년말에는 27%까지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단기물 조달의 리스크 제거 위해선...
센터 뉴욕사무소 권도현 연구원은 "단기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자비용이 단기금리와 투자자 수요에 민감해져 롤오버 리스크가 증가하고, 단기금리 상승 시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면서 "단기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인플레와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위험에 취약해지고, 경기침체 시에는 민간저축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또한 최근 TBAC 연구에 따르면 롤오버 리스크가 커지면 시장 접근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정부의 현금 보유(TGA) 규모도 더욱 커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부의 이자비용이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재정에 종속(fiscal dominance)될 위험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단기 구간에 너무 많은 부채가 몰려 있을 경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재정에 더 큰 타격을 줄 소지가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시장 타이밍을 지나치게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과 발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재무부는 만기별 국채 발행 물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지루할 정도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면서 "이는 시장 타이밍을 통한 유리한 금리 확보 시도가 투기와 불확실성을 초래해 오히려 금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반 위험을 감안할 때 단기물 비중을 지속해서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중장기물 발행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IB들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늦어도 27년초부터는 재무부가 중장기물 발행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관세수입은 중요한 변수인데, 향후 관세수입이 본격 증가해 OBBBA 법안에 따른 추가 재정적자를 상당부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관세 인상이 경기 둔화를 초래할 경우 이는 재정적자 증가 요인이므로 종합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했다.
6월 관세수입이 $266억 발생하면서 25 회계연도 누적 관세수입이 $1,080억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요국과의 협상 타결로 15% 수준의 관세율이 본격 적용돼 향후 관세수입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changta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