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닷컴 장태민 기자] 채권시장이 15일 환율과 외국인 움직임 등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러운 흐름을 나타낼 듯하다.
지난 금요일 외국인의 장중 선물매수, 국고3년 3.1%에 기댄 저가매수 등이 시장을 지지했지만 불안감은 이어졌다.
미국, 일본 등 해외금리가 계속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시장의 저가매수가 힘을 얻기도 쉽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주말엔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융·외환 당국자들이 환율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채 금리는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인 발언 등으로 4.2%를 향해 올랐다.
■ 美금리, 연준 인사 매파적인 발언에 상승...나스닥, 브로드컴 우려에 급락
미국채 금리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으로 상승했다. 다만 뉴욕 주가 하락으로 금리 낙폭을 제한됐다.
금리는 장기구간 위주로 올랐으며 2년물 금리는 하락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30bp 상승한 4.180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4.15bp 오른 4.841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10bp 하락한 3.5235%, 국채5년물은 0.90bp 상승한 3.7420%를 나타냈다.
뉴욕 주식시장에선 브로드컴이 촉발한 AI에 대한 우려로 나스닥 지수가 급락했다.
나스닥은 398.69포인트(1.69%) 낮아진 2만3195.17을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45.96포인트(0.51%) 하락한 4만8458.05, S&P500은 73.59포인트(1.07%) 내린 6827.41을 기록했다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6개가 약해졌다. 정보기술주가 2.9%, 에너지주는 0.9%, 통신서비스주는 0.7% 각각 내렸다. 반면 필수소비재주는 0.9%, 헬스케어주는 0.3% 각각 올랐다.
개별 종목 중 전일 장 마감 후 마진율(총이익률) 하락 악재에 브로드컴이 11.4% 급락했다. 브로드컴 충격으로 엔비디아도 3.3% 넘게 내렸다. 전일 11% 내린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소식에 5% 추가로 낮아졌다. 반면 룰루레몬은 최고경영자(CEO) 사임 소식에 9.6% 뛰었다. 테슬라 역시 2.7% 상승했다.
달러가격은 보합수준을 나타냈다. 영국 파운드화 약세에 달러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았지만 물가와 고용지표를 기다리는 흐름이 강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02% 높아진 98.37에 거래됐다. 유로/달러는 0.03% 오른 1.1743달러, 파운드/달러는 0.14% 낮아진 1.3368달러를 기록했다. 영국의 지난 10월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월 대비 마이너스 0.1%로 예상치(+0.1%)를 밑돌았다.
달러/엔은 0.16% 상승한 155.83엔,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02% 높아진 7.0535위안에 거래됐다. 원자재 통화인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에 0.21%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등 위험회피 무드가 형성되자 유가도 압박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0.16달러(0.28%) 내린 배럴당 57.44달러를 기록했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은 0.16달러(0.26%) 낮아진 배럴당 61.12달러에 거래됐다.
■ 연준 매파들의 금리 인하 신중 발언
지난주 후반(12일)엔 연준 매파들의 금리인하에 대한 조심스러운 발언들이 이어졌다.
12월 FOMC에서 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현재 경제는 분명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과열된 상태다. 이는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완만하지만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또 다른 한 사람인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인플레 데이터를 더 확인할 필요가 밝혔다.
굴스비는 "새해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추가적인 위험을 거의 수반하지 않으면서, 최근 부재했던 최신 경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FOMC의 인하가 성급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이 정체돼 왔다. 내가 접촉한 거의 모든 기업과 소비자들이 물가를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당 부분이 관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여전히 물가가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통화정책은 거의 중립 수준에 와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다소 더 긴축적인 금리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해맥은 올해 FOMC 통화정책 결정에 투표권이 없지만 2026년부터는 투표권을 갖게 된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여건과 물가 흐름에 따른 유연한 정책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폴슨은 "표준적인 경제 분석에 따르면 관세는 성장률을 소폭 낮추고 물가를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그 영향이 스스로 확대되는 방식으로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는 투입 비용의 변화로 결국 가격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반드시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필요는 없다. 현재로서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2%까지 되돌리는 것이 정말로,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번엔 브로드컴이 부른 AI 버블 우려
브로드컴은 지난 11일 발표한 실적에서 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80억2천만달러, 순이익은 97% 늘어난 43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아울러 발표 직후에는 AI 관련주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AI 칩 매출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자신한다"면서도 "오픈AI와 관련된 수주 잔액이 모두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는 "AI 매출의 총마진이 비(非) AI 매출보다 낮다"고 밝혀 AI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향후 6개 분기 출하 예정 AI 제품 수주 잔고가 최소 730억달러 수준에 그친 점도 시장의 박한 평가를 받았으며,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브로드컴에 대한 우려는 12일 나스닥 급락으로 이어졌으며, AI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TSMC, ASML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우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5.1% 급락한 7033.56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도체 섹터 내 종목들 주가는 30개 종목 가운데 30개 모두 하락했다. 엔비디아(-3.27%), 브로드컴(-11.4%), TSMC(-4.2%), ASML(-3.7%), AMD(-4.8%), 퀄컴(-1.6%) 등 시총 상위 종목 주가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브로드컴이 맞춤형 반도체(ASIC) 시장의 핵심 기업인 만큼 AI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며 ‘AI 테마 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외환시장 주목
구윤철 부총리는 일요일(14일) 오후 4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경제 장관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전날 오후 "외환시장 관련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개최해 최근 외환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